자체 AI 대신 오픈AI·앤트로픽 협상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 발표 후 반전 노려
시리 품질 미달 공식 인정
주가 반등 기대감 커져
애플은 시리에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하기 위해 오픈AI(OpenAI) 또는 앤트로픽(Anthropic)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그동안 자체 기술만을 고수해온 애플의 전략에서 큰 전환을 의미하며, AI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AI 전략을 선보였지만, 2025년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는 기대와 달리 시리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주주와 사용자 모두에게 실망을 안겼다. 그렉 조즈위악 애플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이번 사이클에서 시리는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현재 애플은 시리의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을 외주 개발하기 위해 오픈AI와 앤트로픽 양사에 협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시리는 애플 자체 기술이 아닌 외부 생성형 AI를 통해 작동하게 된다. 이를 통해 더욱 빠른 반응속도와 정교한 문맥 인식 기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주가는 해당 보도가 나온 후 2%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계획이 시리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주가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애플 주가는 올해 들어 17%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6개월 동안에도 18% 가까이 하락해 반등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었다.
시리는 2011년 처음 공개됐으며, 당시에는 스마트폰 기반 음성비서로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구글의 지피티 기반 AI, 아마존 알렉사, 그리고 최근의 클로드(Claude), 제미니(Gemini), 그록(Grok) 등에 밀려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애플은 지금까지 AI 개발과 관련해 철저히 ‘자체 개발’ 전략을 고수해왔지만, 경쟁사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내부 기술 개발에 시간이 걸리자, 외부 협력을 통해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이크 록웰 애플 기술개발 총괄이 새로 AI 부문을 맡으면서 추진되는 변화다. 기존 AI 수장 존 지안난드레아는 물러났다.
애플이 실제로 오픈AI 또는 앤트로픽과 협력할 경우, 두 회사는 또 하나의 초대형 고객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이는 AI 생태계의 지형도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한편 삼성은 자사 스마트폰에 구글 제미니(Gemini)를, 아마존은 자사 알렉사에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각각 탑재하며 외부 AI 도입에 앞서나간 바 있다. 이번 애플의 시리 개편 역시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시리 개편은 AI 성능 향상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왔기 때문에, 외부 AI 모델 도입 시에도 사용자 데이터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정책적 조치가 병행될 전망이다.
이번 시리 대개편이 단순한 업데이트를 넘어 애플의 AI 전략에 전환점을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